
출처 | 베어트리파크
사람은 저마다 무엇인가에
자신의 시간을 맡기며 살아간다.
일에, 가족에,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시간을 쏟는다.
그리고 오늘, 우리는 그 중
나무에 시간을 쏟은
베어트리파크 이재연 회장을
만나보려한다.
은행을 거쳐 LG그룹 부회장까지 오른 대기업 최고경영자 이재연 회장. 남들이 주말이면 골프장으로 향할 때, 그는 세종으로 내려갔다.
퇴근 후 아내와 함께 작은 온실에서 양란을 가꾸던 소박한 취미는, 시간이 흐를수록 그의 삶의 중심을 깊숙이 채워갔다. 주말마다 어김없이 흙 속에 손을 넣고 나무를 돌보던 그 수많은 날들. 그 오랜 세월과 정성이 차곡차곡 쌓여, 오늘날의 (세종)베어트리파크가 되었다.
나무에 쏟은 시간은 숲이 되어 돌아온다.

출처 | 연합뉴스(베어트리파크제공)
1. 1966년, 첫번째 나무
이재연 설립자가 나무와 함께한 시간은 196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의왕 2만 평 규모에 단풍나무와 은행나무, 소나무 등을 심었다. 그리고 아름다운 나무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전국 어디든 찾아갔다. 좋은 나무를 발견하면 직접 가져와 심고, 귀한 나무는 씨앗을 얻어 다시 키웠다. 처음 그가 만든 농장의 이름에 대한 일화는 꽤 인상적이다. 수목원에 심어둔 소나무가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이 마치 파도처럼 느껴졌던 그는 그 풍경이 그토록 인상 깊어 첫 번째 나무를 심은 의왕 정원을 '소나무 물결'이라는 뜻의 '송파원(松波園)'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주의를 기울여 관찰을 해야 만날 수 있는 풍경이었을 것이다. 나무를 향한 그의 깊은 마음이 느껴진다. 그에게 나무는 단순히 정원을 채우는 장식물이 아니었을 것이다. 한 그루의 나무를 오래 바라봐주고, 그 나무가 가진 모습을 알아봐주고, 자기 자리에서 자랄 수 있도록 돌보는 일이었을 것이다.
사람은 뭐든 처음에는 '그저' 좋아서 시작한다. 하지만 좋아하는 일을 수십 년 동안 계속하면, 그것은 어느 순간 취미를 넘어 '내 삶의 방식'이 된다. 첫번째 나무는 결국 그의 삶의 방향의 이정표가 되었다.
2. 성공할수록 그는 숲으로 돌아갔다
이재연 설립자의 삶에서 흥미로운 것은 그가 나무를 가꾼 시기다. 당시 그는 기업인으로서 바쁜 삶을 살았다. LG그룹 부회장을 지내며 치열한 경영의 현장에 있었지만, 바쁜 일상 속에서도 틈만 나면 자신이 가꾸던 나무를 찾아갔다. 남들이 주말이면 골프장으로 향할 때, 그는 나무가 있는 곳으로 내려갔다.
직함과 책임이 커질수록 더 많은 사람을 만나고 더 많은 일을 결정해야 했을 텐데, 그의 시간을 붙잡고 있던 것은 의외로 아주 느린 '나무'였다. 나무는 서두르지 않는다. 오늘 물을 준다고 내일 갑자기 크게 자라지도 않고, 좋은 가지를 하나 얻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기업의 세계가 빠른 판단과 성과를 요구한다면, 나무의 세계는 정반대의 시간을 요구한다. 기다리고, 관찰하고, 돌보고, 또 기다리는 것. 그는 어쩌면 두 개의 전혀 다른 시간 속에서 평생을 살았던 셈이다. 그리고 그 느린 시간이 있었기에,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도 자신만의 균형을 지킬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3. ‘인생의 은행’에 예금한 것
그가 송파원 땅을 가꾸며 품었던 생각 가운데 특히 인상적인 것이 있다. “이곳을 인생의 은행으로 삼아야겠다.”
돈을 넣어두는 은행이 아니라, 나무를 심어두는 은행. 그리고 그 은행의 이자는 돈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 나무가 커지고, 숲이 만들어지고, 누군가 그 아래에서 쉬게 될 때 비로소 돌아온다.
이재연 설립자는 실제로 그렇게 살았다. 1966년에 심은 나무들이 숲으로 자라기까지 수십 년이 걸렸다. 그 사이 세상은 빠르게 변했고, 그의 직함도, 삶의 모습도 달라졌을 것이다. 하지만 나무는 그 자리에서 계속 자랐다. 오늘의 결과를 위해 어제 무언가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아무런 결과가 보이지 않는 시간을 기꺼이 살아내는 것. 나무를 심는다는 것은 어쩌면 그런 삶을 선택하는 일인지도 모른다. 오래 돌볼 것을 하나쯤 삶에 갖는다는 것. 그리고 당장 열매가 보이지 않아도 계속 심는다는 것. 그것이 어쩌면 그가 말하는 ‘인생의 은행’이 아닐까.
4. 43년의 기다림 끝에 문을 열다
2009년 5월 11일. 오랫동안 자신만의 정원으로 가꾸어온 공간이 '베어트리파크'라는 이름으로 사람들에게 공개됐다. 1966년 시작된 나무와의 시간, 43년 만에 비로소 다른 사람들의 것이 된 순간이었다. 그가 수목원과 동물들을 사람들에게 공개한 이유는 거창하지 않다.
"아름다운 수목원과 동물들을 여러 사람, 특히 아이들과 나누고 싶었어요"처음에는 한 사람의 취미에서 시작된 공간이었다. 하지만 오랜 시간 돌보고 가꾸는 동안 그곳은 더 이상 개인의 정원으로 머물 수 없을 만큼 커졌다. 나무가 자라고 동물이 늘어나고 계절마다 새로운 풍경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결국 그는 자신이 오랫동안 돌봐온 것을 세상과 나누기로 했다.
소유하는 것에서 돌보는 것으로, 돌보는 것에서 나누는 것으로. 베어트리파크의 역사를 따라가다 보면 그 변화가 보인다.
5. 나무는 우리에게 ‘기다리는 법’을 가르친다
이재연 설립자가 평생 가꾸어온 분재들을 바라보면 또 하나의 공통점이 눈에 들어온다. 분재는 작은 화분 안에서 수십 년을 기다려야 비로소 완성되는 예술이다. 인위적으로 형태를 빚어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나무의 본성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나무가 지닌 결을 읽고 따라가는 과정에 가깝다. 서두르면 나무는 죽고 만다. 인내하며 기다릴 줄 알아야 비로소 진정한 분재가 된다. 사람의 손길이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사람이 마음대로 나무를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나무마다 가진 생김새와 가지의 방향, 자라는 속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좋은 분재를 만드는 일은 나무와 싸우는 것이 아니라, 나무가 가진 본래의 모습을 읽고 그에 맞춰 기다리는 일에 가깝다. 그것은 이재연 설립자의 삶과도 닮아 있다. 무언가를 빨리 완성하려고 했다면, 베어트리파크는 존재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한 그루를 심고 기다리고, 또 다른 나무를 찾아 심고 기다리고, 계절을 보내고, 해를 보내고, 다시 그 나무를 돌보는 시간. 그렇게 켜켜이 쌓인 시간이 결국 숲이 되었다. 우리는 흔히 결과를 보고 그 사람의 성공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숲은 결과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수많은 날들이 필요하다.
6. 우리, 너무 빨리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재연 회장의 삶에서 흥미로운 점은 나무가 단순한 취미를 넘어섰다는 사실이다. 치열한 기업 경영과 자연을 가꾸는 삶이 수십 년간 조화롭게 공존했다. 뇌과학에 따르면 자연 속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가 낮아지고, 흙을 만지는 행위는 세로토닌 분비를 촉진해 기분을 안정시킨다. 현대에 들어 '숲치유'나 '가드닝 테라피'가 주목받는 이유다. 이재연 회장은 그 어떤 연구 결과보다 먼저 몸으로 그것을 알고 있었다. 주말이면 세종으로 내려가 나무 곁에 머무는 시간이야말로 그에게 가장 완벽한 회복이었을 것이다. 가드닝은 그에게 취미가 아니라 삶을 지탱하는 단단한 기둥이었다.
이재연 설립자가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은 ‘멋진 수목원을 만드는 법’이 아니다. 요즘 우리는 무엇이든 빠르게 얻고 싶어 한다. 운동을 시작하면 빨리 몸이 달라지기를 바라고, 새로운 일을 시작하면 빨리 성과가 나기를 바라고, 습관을 만들면 며칠 안에 내가 달라지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나무는 그렇게 자라지 않는다. 어쩌면 웰니스도 나무와 비슷한 것인지 모른다. 건강한 몸도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고, 좋은 마음의 습관도 단번에 생기지 않는다. 매일 조금씩 돌보고, 때로는 아무런 변화가 보이지 않는 시간을 지나고, 그럼에도 계속하는 것. 그 과정 자체가 삶을 바꾸기도 한다. 나무를 가꾸듯 나를 가꾸는 일을 너무 보채지 말자.
7. 8월, 숲의 그늘 아래에서
8월의 숲은 가장 짙은 초록을 보여준다. 봄처럼 연약하지도 않고, 가을처럼 쓸쓸하지도 않다. 오랜 시간 자란 나무들이 가장 풍성한 잎을 펼쳐 누군가에게 그늘을 내어주는 계절이다. 이재연 회장이 설립한 베어트리파크 안의 길을 따라 걷다 보면 문득 생각하게 된다. 이 나무들은 누군가가 수십 년 전 심은 나무라는 것을. 그 사람이 이 나무가 이렇게 자란 모습을 얼마나 오래 기다렸을까. 그리고 자신이 심은 나무 아래에서 지금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쉬고 있다는 사실을, 그는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나무를 심는 사람은 자신이 심은 나무의 모든 시간을 누릴 수 없다. 그럼에도 심는다. 어쩌면 그것이 나무를 심는 가장 아름다운 이유인지도 모른다.
오늘 내가 돌본 것이
언젠가 누군가에게
쉼이 될 수 있다는 믿음
우리가 꼭 수목원을 만들 필요는 없다. 창가에 작은 화분 하나를 놓아도 좋고, 매일 걷는 길의 가로수를 한 번 더 바라봐도 좋다. 오래 키우고 싶은 습관 하나를 시작해도 좋다. 당장 눈에 띄는 변화가 없어도 계속 돌볼 수 있는 것. 시간이 지나면 그것은 분명 우리 삶의 어딘가에서 작은 숲이 되어 있을 테니까. 60년 동안 나무에 예금한 사람. 이재연 설립자가 남긴 것은 결국 나무만이 아니었다. 한 사람이 평생 무엇을 사랑하고, 무엇을 돌보고, 무엇을 다음 사람에게 남길 것인가. 그 질문에 대한 하나의 답을 숲으로 남겼다. 그리고 8월의 짙은 초록 아래에서 우리는 그 이자를 잠시 함께 누린다.
나무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심은 만큼 자라고,
가꾼 만큼 아름다워진다.

출처 | 베어트리파크
웰디가 전하고 싶은 말
이재연 회장의 이야기가 인상적인 건 대기업 부회장이라는 타이틀 때문이 아니다. 그 바쁜 삶 한가운데서도 매주 주말이면 흙으로 돌아갔다는 사실 때문이다. 나무를 심는 것은 미래를 향한 믿음이다. 비록 내가 그 나무 아래서 직접 쉬지 못하더라도, 언젠가 누군가가 그 그늘에서 쉴 것이라는 다정하고도 사랑스러운 믿음. 그 오랜 믿음이 60년을 버티게 했고, 오늘날 수백만 명이 찾는 숲을 완성했다.
문득 쉼이 필요할 때 , 이재연 회장의 이야기가 스며들듯 떠오른다면, 가까운 숲이나 베어트리파크를 찾아가 보는 건 어떨까.
그저 스쳐 지나던 초록의 풍경이 조금은 다르게, 또 깊은 울림으로 다가올지도 모른다. 누군가의 묵은 세월과 정성이 쌓여 완성된 숲은, 지친 우리에게도 말없이 커다란 그늘을 내어줄 테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