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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한 물결처럼, 분당 수내동의 작은 프랑스
클라포티(Clapotis)

골목 어귀에서 조용히 손을 흔드는 공간이 있다.
우리는 종종 거대하고 화려한 대형 카페가 주는 압도감 대신, 골목 어귀에서 조용히 손을 흔드는 작은 공간의 온기가 그리워질 때가 있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아파트 단지와 초록빛 가로수가 평화롭게 어우러진 파크타운 상가 한켠. 그곳에 무심한 듯 그러나 다정하게 자리 잡은 디저트 카페 '클라포티(Clapotis)'가 바로 그런 공간이다.
1. 클라포티, 그 이름에 담긴 것
'클라포티(Clapotis)'라는 이름은 잔잔한 물결이 부드럽게 부딪힐 때 나는 소리를 뜻하는 프랑스어다. 파도가 바위에 세차게 부서지는 소리가 아니라, 잔잔한 수면이 살며시 출렁이는 그 고요한 순간의 소리. 이름만으로도 이 카페가 어떤 공간을 꿈꾸는지가 보인다.
흥미롭게도 클라포티(Clafoutis)는 프랑스 전통 디저트의 이름이기도 하다. 프랑스 중남부 리무쟁(Limousin) 지방에서 유래한 디저트로, 체리나 자두 같은 제철 과일을 반죽에 넣어 구운 따뜻한 베이크드 디저트다. 복잡한 기교 없이 좋은 재료를 그대로 담아내는 방식 , 이 또한 이 카페의 철학과 이름이 맞닿아 있다.
2. 번화가에서 한 발 비켜난 자리


분당의 번잡한 번화가에서 조금 비켜나 있어 오히려 발걸음이 더 가볍다. 파크타운 삼익아파트 상가 뒤편, 조용한 동네 풍경 속에 녹아든 외관은 지나치는 이의 마음마저 몽글몽글하게 만든다. 내부로 들어서면 따뜻한 조명과 정갈한 인테리어가 맞이하는데, 혼자 조용히 사색을 즐기거나 마음 맞는 이와 소곤소곤 깊은 대화를 나누기에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일상의 소란스러움이 한풀 꺾이고 마음의 결이 차분하게 가라앉는 공간. 화려한 기교를 내세우기보다, 방문객이 편안히 숨을 고르고 온전히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아늑한 분위기가 이 곳의 가장 큰 무기다.
3. 프랑스 디저트가 특별한 이유
클라포티는 프랑스 디저트를 전문으로 한다. 프랑스 디저트가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데는 이유가 있다.
프랑스 디저트의 뿌리는 중세 귀족 사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설탕은 귀한 재료였기에 디저트는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사회적 지위를 상징했다. 16세기 카트린 드 메디치가 이탈리아 제과 기술을 도입하며 프랑스 디저트 문화가 본격적으로 자리 잡았고, 이는 오늘날에도 프랑스 디저트가 지닌 우아함과 정교함에 깊게 영향을 주고 있다.
프랑스인들에게 디저트는 단순히 후식이 아니다. 하루의 리듬 속에서 잠깐 멈추고 좋은 것을 음미하는 시간, 가까운 사람과 작은 기쁨을 나누는 의례다. 그 문화가 오래된 아파트 숲 사이 작은 카페 클라포티 안에도 조용히 흐른다.
4. 클라포티에서 만나는 것들



클라포티의 메뉴는 커피, 키슈, 디저트, 논커피, 알코올로 구성된다. 화려하지 않지만 하나하나 이유 있는 것들이다.
키슈 (Quiche) — 이 카페의 진심
클라포티를 특별하게 만드는 건 키슈다. 디저트 카페이면서 정통 프랑스 가정식 키슈를 내는 곳은 흔치 않다.
키슈(Quiche)는 프랑스 로렌 지방에서 유래한 세이보리 파이다. 타르트 반죽 안에 달걀, 크림, 채소나 고기를 넣어 오븐에 구워내는 것으로 프랑스 가정에서 한 끼 식사로 즐기는 음식이다. 단짠의 균형이 생명인 이 음식은 한국의 전과 비슷하게 집집마다 레시피가 다르고, 그 집만의 손맛이 있다.
클래식 키슈 (9,000원) — 토마토, 감자, 양파, 시금치, 베이컨이 들어간 프랑스 정통 키슈다. 제철 채소의 수분과 달걀 크림의 고소함이 어우러지는 한 조각. 당근라페와 올리브 샐러드가 함께 나와 한 접시에서 프랑스 비스트로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치킨&버섯 키슈 (9,000원) — 세 가지 종류의 버섯과 닭가슴살이 들어간 클라포티 시그니처 키슈다. 버섯의 깊은 향과 닭가슴살의 담백함이 만나는 조합은 단백질과 식이섬유를 함께 챙기는 균형 있는 한 끼이기도 하다.
홀 키슈 (50,000원, 예약 필수) — 키슈 6조각, 당근라페 샐러드, 올리브 샐러드로 구성된다. 최소 이틀 전 예약이 필요하다. 소중한 사람과의 자리, 혹은 집에서 프랑스 감성을 즐기고 싶은 날을 위한 특별한 선택이다.
디저트 — 작지만 정성 가득한 것들
수제 에그타르트 (4,000원) — 에그타르트(Pastel de nata)는 포르투갈에서 탄생해 프랑스를 거쳐 전 세계로 퍼진 디저트다. 바삭한 파이 반죽과 부드러운 커스터드 크림의 대비가 핵심인데, 클라포티의 수제 에그타르트는 그 대비의 균형을 정성껏 담아낸다. 따뜻할 때 먹는 것이 정석이다.
당근 파운드 케이크 (4,500원) — 당근 케이크는 영국에서 시작해 미국을 거쳐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클래식이다. 당근이 들어간다고 생각하면 의아하지만, 당근의 수분이 케이크를 촉촉하게 만들고 자연스러운 단맛을 더한다. 크림치즈 아이싱과의 조합이 진한 여운을 남긴다. 채소를 디저트로 즐기는 영리한 방식이기도 하다.
알코올 — 프랑스산 스파클링 발효주
시드르 브뤼 (10,000원) — 프랑스산 스파클링 사과 발효주(5%). 시드르(Cidre)는 노르망디, 브르타뉴 지방의 사과 산지에서 탄생한 프랑스 전통 발효 음료다. 알코올 도수가 낮고 청사과의 새콤달콤한 풍미가 살아있어 가볍게 즐기기 좋다.
시드르 뿌와레 (10,000원) — 프랑스산 스파클링 배 발효주(2.5%). 배를 발효한 페리(Perry)의 프랑스 버전이다. 사과 시드르보다 더 부드럽고 달콤한 향이 특징이다. 키슈 한 조각과 함께 마시면 프랑스 시골 마을 어느 작은 식탁에 앉아있는 기분이 된다.
5. 공간을 채우는 온도


좋은 공간은 그곳을 채우는 사람의 온도를 닮는다고 했던가. 클라포티는 단순히 커피와 디저트를 파는 곳을 넘어, 지역사회와 따뜻한 온기를 나누는 행보로 공간의 깊이를 더하고 있다. **지역사회 보장협의체 후원가게 참여처럼 작은 실천들이 이 카페를 단순한 소비 공간이 아니라 동네의 온기를 지키는 장소로 만든다. 나의 소비가 가치 소비가 되면 좋겠다는 마음이 일렁인다면 분당 수내동의 작은 물결, 클라포티의 문을 두드려보자.
**클라포티’는 성남시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의 ‘착한가게(후원가게)’로 등록된 가게이며 착한가게는 저소득층·독거어르신 등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후원가게를 의미한다.
6. 클라포티가 더 특별한 이유
클라포티'의 주인장은 오래전 머물렀던 프랑스의 풍경을 이 공간에 조용히 옮겨 심어두었다.
프랑스에서의 삶이 주인장에게 남긴 것은 화려한 이국적 취향이 아니었다. 그것은 이름 없는 마을의 고요함, 일상을 채우는 평화로운 공기, 그리고 재료 본연의 맛에 집중하는 솔직함이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 온전한 정취는 이 작은 가게의 공기와 음식, 손님을 마주하는 다정한 서비스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다.
이곳의 음식을 마주하면 그 ‘솔직함’이 무엇인지 비로소 고개 끄덕여지게 된다. 과한 기교나 불필요한 수식 없이, 재료가 가진 결을 정직하게 살려낸 맛. 한 입 베어 물 때마다 프랑스 어느 작은 로컬 카페 테라스에서 마주했던 햇살과 바람이 문득 스치는 듯하다.
음식에 깃든 정성은 접시 위에서 끝내지 않는다. 공간을 채우는 은은한 음악, 지나치지 않고 마음을 편안하게 만드는 적당한 거리감의 서비스까지. 모든 요소가 유난스럽지 않고 담백하게 어우러져 방문하는 이의 마음을 가만히 보듬어 안는다. 무언가에 쫓기듯 살아가는 날들 속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싶을 때. 클라포티의 문을 두드려보는 것은 어떨까. 그곳에는 타지의 낭만을 넘어, 삶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이가 건네는 가장 솔직하고 다정한 위로가 기다리고 있으니.
☕️ 웰디가 전하고 싶은 말
프랑스인들은 디저트를 먹는 행위를 'se faire plaisir(스 페르 플레지르)'라고 표현한다. '자신에게 즐거움을 주다'는 뜻이다. 살찐다, 건강에 안 좋다는 죄책감 없이 그냥 지금 이 순간 좋은 것을 누리는 것. 클라포티의 작은 테이블에 앉아 버터 향 가득한 피낭시에를 한 입 베어 무는 그 순간이, 어쩌면 오늘 하루의 가장 웰니스적인 선택일지도 모른다.
📍분당 수내동 클라포티(Clapotis)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파크타운 삼익아파트 상가

한 곳을 오래 지켜온 건물이 주는 안정감, 그 오랜 시간을 함께한 커다란 나무들
나무 사이로 일렁이는 햇살, 그림자, 바람 그래서 평화로움이 재잘대는 곳.
번잡한 생각을 내려놓고 잔잔한 커피 향 속에 머물고 싶은 날, 혹은 다정한 위로가 필요한 오후가 어울리는 클라포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