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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니스가 숙제가 됐을 때
건강해지려고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 더 힘들어졌다.
처음엔 좋았다. 물 더 마시고, 일찍 자고, 가끔 명상도 해보고. 뭔가 나를 챙기고 있다는 느낌이 좋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달라졌다. 간식을 먹으면 찜찜하다. 오늘 명상을 못 했더니 왠지 하루를 망친 것 같다. 야식을 시키면서 "나 왜 이러지"가 나온다. 친구들이랑 술 한 잔 하고 왔는데 뭔가 죄책감이 든다. 웰니스를 시작했는데 ]오히려 더 피곤하고 복잡해진 느낌이다.
1. 이건 꽤 흔한 일이다
웰니스 강박이라는 말이 있다. 건강한 생활 습관이 의무와 기준이 되어버려서, 그것을 지키지 못할 때 죄책감과 불안이 생기는 상태다. 음식에서 특히 강하게 나타난다. 건강한 것을 먹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해지면 특정 음식에 대한 죄책감이 커진다. 이것이 심해지면 오르토렉시아(Orthorexia)라고 불리는 상태가 된다. 건강한 음식에 집착하는 것 자체가 강박이 되는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건강해지려다 더 건강하지 못한 상태가 된다. 명상도 마찬가지다. 오늘 명상을 했는가, 얼마나 했는가, 제대로 했는가. 명상이 체크리스트 항목이 되는 순간 그것은 명상이 아니라 숙제가 된다.
2. 왜 이렇게 됐을까
웰니스 정보는 대부분 "해야 한다"는 언어로 전달된다. 하루 1리터의 물, 7~8시간의 수면, 30분 이상의 운동, 10분의 명상. 이 숫자들이 기준이 되고, 기준을 못 채우면 부족한 사람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런데 사실 이 기준들은 평균적인 권고일 뿐이다.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절대적 법칙이 아니다. 7시간 자는 날도 있고 5시간 자는 날도 있다. 오늘 채소를 많이 먹었다면 내일 떡볶이를 먹어도 된다. 이번 주 명상을 못 했어도 다음 주에 하면 된다. 문제는 웰니스 정보가 이 유연함을 충분히 말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3. 강박의 신호들
이런 생각이 자주 든다면 웰니스 강박을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 간식을 먹고 나서 죄책감이 들거나, 보상 심리로 운동을 더 해야 할 것 같다
□ 오늘 할 일 목록을 다 못 채우면 하루를 망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 명상이나 루틴을 빠뜨린 날은 어딘가 불안하고 찝찝하다
□ 운동을 못 한 날은 스스로에게 실망하거나 게으른 사람이 된 것 같다
□ 건강 정보를 찾아보는 것이 안심이 아니라 더 불안을 만들어낼 때가 있다
□ 몸에 좋지 않은 것을 즐기는 것 자체가 어색하거나 죄책감이 먼저 온다
□ 자기계발을 하지 않는 날은 뒤처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 책을 읽거나 강의를 듣지 않으면 시간을 낭비한 것 같다
□ 충분히 쉬고 있어도 '이렇게 쉬어도 될까' 생각이 든다
□ 수면 시간이 권장 시간에 못 미치면 다음 날이 걱정된다
□ 영양제나 건강 식품을 하나라도 빠뜨리면 뭔가 잘못되는 것 같다
□ 소셜미디어에서 웰니스 콘텐츠를 보고 나면 내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 여행이나 특별한 날에도 루틴이 무너질까봐 미리 걱정된다
□ 즐겁게 쉬는 것보다 생산적인 것을 해야 한다는 압박이 항상 있다
이 중 여러 5개 이상 해당된다면 웰니스가 나를 돌보는 도구가 아니라 나를 평가하는 기준이 되어버렸다는 신호다.
죄책감을 만들어내는 웰니스는
웰니스가 아니다.
4. 웰니스는 완벽함이 아니다
간식을 먹어도 된다. 명상을 하루 빠져도 된다. 야식을 시켜도 된다. 술을 한 잔 해도 된다. 웰니스는 모든 순간을 완벽하게 건강하게 사는 것이 아니다. 전체적인 방향이 나를 향한다면 어떤 날의 일탈은 죄가 아니라 그냥 그날이다.
오히려 가끔의 일탈을 즐길 수 있는 여유가 있는 것이 더 건강한 상태일 수 있다. 간식을 먹으면서 "아 맛있다"를 느낄 수 있는 것. 야식을 먹으면서 친구와 웃을 수 있는 것. 그 순간의 즐거움을 온전히 느끼는 것도 웰니스다.
5. 그럼 어떻게 하면 될까
"해야 한다"를 "하고 싶다"로 바꿔보는 것이 시작이다.
명상을 해야 한다 → 오늘 명상을 하고 싶은가.
명상을 해야 한다 → 온을 명상이 필요한 마음 상태인가.
건강하게 먹어야 한다 → 지금 내 몸이 뭘 원하는가.
건강하게 먹어야 한다 → 지금 건강하게 먹어야 하는 건강 상태인가.
운동을 해야 한다 → 오늘 몸을 움직이고 싶은가.
운동을 해야 한다 → 오늘 운동을 해야하는 건강 상태인가.
의무에서 선택으로 바뀌는 순간 죄책감이 설 자리가 없어진다.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을 못했을 때는 단지 아쉬울 뿐이다. 그러나 해야 하는데 못 한 것은 죄책감과 강박을 만든다. 정말 나를 향한다면 내 몸과 마음의 상태를 알아차리고 몸과 마음에게 주도권을 주자.

🪶 웰디가 전하고 싶은 말
웰니스를 시작하면서 더 피곤해졌다면 방향이 잘못된 게 아니라 방식이 너무 딱딱해진 거에요. 나를 돌보는 행위들이 나를 통제하게 내버려 두지 마세요. 케이크 한 조각을 먹으면서 죄책감이 드는 것보다, 그 간식을 온전히 즐기면서 "오늘 이걸로 됐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 더 건강한 상태니까요. 웰니스는 나를 더 나답게 만들어 줄 때 빛을 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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