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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만 사는 사람,

올블랙만 입는 사람,

화이트만 고집하는 사람.

우연이 아닐 수도 있다.

쇼핑할 때 손이 자꾸 같은 색으로 간다. 옷장을 열면 묘하게 색이 통일돼 있다. 색채심리학은 정확히 이 현상을 다룬다. 색채가 인간 심리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연구하는 분야로, 칼 융의 집단무의식 연구가 그 선구자로 꼽힌다. 색 하나로 사람의 모든 성격을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어떤 색을 선호하는지에 따라 감정 경향, 사고방식, 대인관계 태도, 삶의 방향성 같은 심리적 특성을 파악할 단서가 숨어 있다는 게 색채심리학의 관점이다.

흥미로운 건, 색을 좋아한다는 것이 단순한 시각적 기호가 아니라 그 색이 가진 상징성과 정서적 울림, 심리적 편안함에 반응하고 있다는 뜻이라는 점이다. 최근 들어 흰색이나 아이보리색 같은 깨끗한 색에 끌린다면 복잡한 감정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무의식적 욕구가 반영된 것일 수 있고, 반대로 어두운 색에 끌리는 시기라면 감정적으로 불안하거나 현실에서 도피하고 싶은 마음이 자리하고 있을 수 있다.

진단이 아니라, 나를 들여다보는 흥미로운 렌즈로 가볍게 읽어보자.

출처 | pinterest

1. 빨강 — 무대 중심에 서는 사람

인류가 가장 먼저 의식한 색이 빨강이다. 고분 내부나 동굴 벽화에서도 빨강이 나타나는데, 인간이 자기 안에 흐르는 피와 호응해 이 색에 눈을 떴다고 본다. 빨강을 좋아하는 사람은 외향적이고 적극적이며 자신감이 넘치고, 느낀 대로 자유롭게 표현하고 행동하는 경향이 있다. 체력이 좋고 생명력이 넘치며 원기왕성하고 야심적인 면도 강하다.

활동적이고 추진력이 있으며 정의감이 강하다. 의지가 강하고 감정을 직설적으로 표현해서 리더로서의 자질도 있다. 운동신경이 좋고 사교적이라 인간관계에 큰 어려움은 없지만, 매사 쉽게 짜증을 내거나 남에게 강요하는 성향 때문에 오히려 고독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연애 면에서도 색이 또렷하다. 빨강을 좋아하는 사람은 성욕이 강한 편이라는 해석이 있고, 사랑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며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타입이다. 자신의 장점을 이끌어줄 수 있는 회색이나 검은색을 좋아하는 이성과 궁합이 좋다고 알려져 있다.

직업적으로는 빨강을 좋아하는 사람은 혼자서 대담하게 일하고 도전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참을성과 오기가 있어 대부분 일을 잘 해내는 편이다. 다만 컬러성격유형검사(CPTI) 기준으로 보면 충동적이고 자기중심적인 면이 약점으로 꼽힌다.

2. 주황 — 사람을 모으는 비타민 같은 존재

주황은 '비타민 색상'이라 불릴 만큼 보기만 해도 힘이 나는 색이다. 빨강과 노랑처럼 따뜻한 색을 대표하며, 태국 같은 불교 국가에서는 승려의 법복 색으로 쓰여 봉사와 행복, 사랑을 상징하기도 한다.

주황을 좋아하는 사람은 심성이 착하고 사람들과 함께 있는 걸 좋아하며, 충성심이 강하고 솔선수범하는 타입이다. 인정이 많고 유쾌한 성격으로, 빈부나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누구와도 잘 어울리는 독특한 능력을 가진다. 활동적이고 명랑하며 건강한 사람이 좋아하는 색으로, 여러 유형의 사람과 쉽게 친해지고 주위 사람을 소중히 여겨 자연스럽게 사람이 모인다.

다만 빛이 있으면 그늘도 있다. 경쟁심이 강하고 남에게 지는 걸 싫어해서, 사소한 일로 인간관계가 틀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연애에 있어서는 기다리는 사랑보다 다가가는 사랑을 선호하는데, 자칫 너무 적극적으로 밀어붙인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흥미롭게도 주황을 좋아하는 사람 중에는 미혼으로 남는 경우가 많아 독신 비율이 높다는 분석도 있다.

3. 노랑 — 호기심 많은 정신적 모험가

색채심리학 전문가들에게 노랑은 모순적인 색으로 통한다. 선과 악, 낙관주의와 시기심, 이해와 배반을 동시에 나타내기 때문이다. 노랑은 빛에 가까운 색으로, 이 색을 갖고 싶어 하는 마음은 빛의 밝음과 따뜻함을 원하는 마음이다.

노랑이 가진 의미에는 유아적 성향, 뛰어난 상상력, 정리된 생각, 실행보다 이론에 집중하는 경향, 존경받고 싶은 마음 등이 있다. 노랑을 좋아하는 사람은 지적이고 상승 지향이 강하며, 호기심이 왕성해 다양한 것에 도전하는 자세를 가진 비즈니스 감각이 뛰어난 사람으로 해석된다. 정신적인 모험가로 늘 새로운 것을 찾아 자기실현을 꾀하고 싶어 하는 한편, 태양처럼 밝고 명랑한 개성을 가진 경우도 많다.

조금 더 깊이 들어가면, 노랑은 불안할 때 끌리는 색이라는 해석도 있어, 유독 노랑에 손이 가는 시기라면 정신적으로 지쳐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CPTI 기준으로는 밝고 사교적이지만 비논리적이고 유아적인 경향이 약점으로 꼽힌다.

4. 초록 — 균형과 안정을 추구하는 자연주의자

초록은 치유와 힐링의 색이다. 숲이나 화분을 볼 때 마음이 편안해지는 이유가 여기 있다. 균형과 조화를 상징하지만, 과하면 우유부단함이나 편집증적인 면이 나타날 수도 있다.

초록을 좋아하는 사람은 야외 활동을 즐기고, 일상 속에서 평화와 마음챙김을 위한 환경을 찾으려 노력한다. 흥미롭게도 자연을 사랑하는 성향과는 대조적으로, 사업 감각이 뛰어나고 재정적 성공과 안정을 추구하는 경향도 함께 발견된다. CPTI 기준으로는 모범적이고 책임감 있는 반면, 인색하고 냉담한 면이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5. 파랑 — 가장 신뢰받는 색의 사람

에바 헬러 박사의 색채심리 연구에 따르면, 가장 보편적으로 인기 있는 색은 파랑이다. 파랑은 차분함과 이성의 대명사로, 화를 낼 때 빨개지는 빨강과 정반대 위치에 있는 색이다.

파랑을 좋아하는 사람은 고집이 세고 굽힐 줄 모르며 독선적인 면이 있지만, 동시에 자제심이 강하고 논리적이며 자기변호에도 뛰어나다. 신중하고 내성적이며 보수적인 신념을 갖고, 정열과 열정을 억제하면서 신의가 투철한 경우가 많다. 참을성과 오기가 있어 대부분 일을 잘 해내는 편이고, 여성의 경우 냉정하면서도 헌신적이고 생각이 깊은 독자적인 성격, 남성의 경우 뛰어난 경영 능력으로 착수한 일을 반드시 성사시키는 인맥형 인물로 묘사된다.

생산성을 높이고 방해되지 않는 색이라 사무실과 비즈니스 환경에서 특히 신뢰감을 주는 색으로 선호된다. 다만 안정적이고 신뢰감을 주는 동시에 비사교적이고 독단적인 면도 함께 가지고 있다는 게 CPTI의 분석이다.

6. 남색 — 책임감 있는 전략가

남색을 좋아하는 사람은 성격적으로 안정적이거나 안정을 추구하는 사람이다. 뛰어난 판단력과 지혜로 결단력이 있으며, 지식과 권위를 좋아하고 책임감이 강하다. 다만 자기 의견을 밀어붙이거나 표현이 강한 편이라 오해를 사기 쉬워서, 평소 의식적으로 상대를 존중하는 화법으로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 필요가 있다. 연애에서도 자연스럽게 다가가 친밀감을 쌓는 게 목표이지만, 흥겨운 나머지 도가 지나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는 조언이 따른다.

7. 보라 — 예술적이지만 손에 잡히지 않는 매력

보라는 빨강과 파랑을 섞어 만든 색으로, 선호하는 사람의 성격도 복잡하고 묘한 매력을 가진다. 온화해 보이면서도 냉정하고 정열적인 면을 동시에 갖고 있어,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유형으로 인간관계에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종종 있다.

보라색을 추구하는 마음에는 빨강의 고양과 파랑의 침체가 융화되어 균형을 잡으려는 메커니즘이 작용한다. 보라를 아름답게 느끼는 감각 자체가, 회복하려는 생명력을 보여주는 신호이기도 하다.

남과 같은 것을 좋아하지 않고 잡다한 일에 얽매이는 걸 거부하며 감각적으로 살아가다 보니, 연애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편이다. 개성이 강해서 같은 성향끼리는 오히려 친해지기 어렵고, 노랑을 좋아하는 사람의 자극이 연애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창의적이고 상상력이 풍부한 반면, 깊은 우울감이 현실 도피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게 약점으로 꼽힌다.

8. 핑크 — 부드러움 속의 단단한 자아

분홍은 빨강과 흰색이 같은 비율로 섞인 색으로, 여성적이고 온화하며 따뜻한 요소가 많이 담겨 있다. 파스텔풍의 핑크를 좋아하는 사람은 부드럽고 인품이 좋은 경우가 많은 반면, 짙은 핑크를 좋아하는 사람은 빨강을 좋아하는 사람처럼 열정적이고 강렬한 성격을 갖는다.

핑크를 좋아하는 사람은 넓은 도량으로 친구를 진심으로 다독이고 이해해주는 인물이지만, 정작 본인은 상처받기 쉬운 타입이다. 책임감이 강해 교육자나 보수적인 입장에서 일하는 게 잘 어울리며, 남들을 곧잘 격려해준다. 의외로 핑크를 가장 좋아하는 색으로 꼽는 사람은 남성의 1%, 여성의 7%에 불과하다.

9. 갈색 — 흙처럼 듬직한 사람

갈색은 흙의 색으로 불굴의 정신을 상징한다. 흙으로부터 시작된 자연의 섭리가 강한 에너지를 발산하듯,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안정된 심리를 가진 경우가 많다.

갈색을 좋아하는 사람은 부끄러움을 타지만 넓은 마음을 갖고 있어 곤경에 처한 사람을 잘 돕는다. 책임감이 강해 남들이 꺼리는 일도 나서서 하기 때문에, 주위 사람들로부터 덕망이 두텁고 의지할 수 있는 존재로 여겨진다. 뿌린 만큼 거둔다는 성실하고 정직한 타입으로, 인생관이 뚜렷하고 결혼이나 미래 계획도 미리 세워두는 신중파다.

연애 면에서는 약간의 아쉬움도 있다. 연애 상대보다 친구로 지내고 싶어 하는 경우가 많아, 연애에는 다소 서툰 면이 있을 수 있다.

10. 검정 — 통제력과 독립성의 화신

검정은 모든 색을 흡수하고 어떤 색도 반사하지 않는 색으로, '끝' '절대성' '보이지 않음' 같은 깊은 의미를 담고 있다. 검정을 선호하는 사람은 자신의 세계를 지키고 싶어 하며, 강한 통제력과 독립성을 지닌 경우가 많다.

강한 자아를 가지고 외부 자극에 쉽게 휘둘리지 않으려는 성향이 있고, 감정 표현은 절제되어 있으며 속내를 쉽게 드러내지 않고 깊은 사유를 통해 세상을 바라본다. 통제받기보다 스스로 방향을 설정하려 하기 때문에 '고집이 세다'는 평가를 받기도 하지만, 사실은 자율성과 독립심에 대한 강한 욕구를 지닌 사람이다.

검정을 가장 좋아하는 사람은 실용적이고 현실적인 사람일 가능성이 높으며, 팀워크보다는 스스로의 힘으로 해내는 것에 강점이 있어 근면하고 유능한 성격으로 어떤 일이든 해낼 수 있는 타입이다.

11. 흰색 — 완벽을 좇는 정돈된 영혼

흰색을 가장 좋아하는 사람은 대체로 꼼꼼하고 조직적이며 정돈된 것을 선호하고, 지저분함을 싫어한다. 흰색보다 더 깨끗하고 깔끔한 색은 없으며, 이 색에 애착이 있는 사람은 세련된 외모를 통해 그런 특성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다.

흰색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늘 완전함을 추구하며 기품 있는 이상을 가지고 노력하는 타입이다. 다만 일부는 자만심이 강하고 동시에 고독을 느끼면서도, 의외로 가정적인 면을 함께 갖고 있다. 남성의 경우 완벽주의를 추구하며 순수한 정신을 존중하고, 건강한 심신을 가진 소속 세계의 선구자 같은 인물로 여겨지기도 한다.

12. 회색 — 균형을 설계하는 신중파

회색은 수동적인 느낌을 주는 색이다. 조심스럽고 부딪치기보다 타협하려 하며, 평온과 평화를 추구하는 성향과 연결된다. 스스로 설계한 틀에 자신을 맞추려고 노력하는 경향도 있다.

검정과 흰색의 중간색답게, 극단을 피하고 균형을 찾으려는 심리가 담겨 있다고 해석된다. 자신의 장점을 이끌어줄 수 있는 빨강을 좋아하는 이성과 좋은 궁합을 이루는 경우가 많다는 분석도 있다.

좋아하는 색은 그 사람을 완벽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다만 지금 그 사람이 어떤 마음의 결을 갖고 있는지,

작은 단서는 되어준다.

13. 색은 고정된 게 아니다

색은 저마다 고유한 에너지를 갖고 있어서, 좋아하는 색을 통해 지금의 감정 상태를 알 수 있고, 보완이 되는 색을 의식적으로 가까이 두면서 지친 마음을 다독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빨강이 너무 과한 시기라면 보색인 초록을 곁에 두며 호흡을 가다듬는 것도 한 방법이다.

요즘 유독 한 색에 끌린다면,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지금 내 마음이 보내는 신호일 수도 있다.

14. 웰디가 전하고 싶은 말

오늘 내 옷장, 내 방, 손이 자꾸 가는 물건들의 색을 한번 둘러보세요. 그 색에는 지금 내가 원하는 안정감, 표현하고 싶은 자아, 혹은 채우고 싶은 마음이 담겨 있어요. 색은 답을 주지 않지만, 한템포 멈춰 내 삶에 질문을 던지게 해준답니다. 여러분의 주변을 채우고 있는 색은 무엇이고 진짜로 내가 좋아하는 색은 어떤 색인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