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니스가 우월감이 됐을 때 — 2편

"나는 명상하는데 저 사람은 왜 저럴까."

1편에서는 웰니스 강박이 자신을 향할 때를 다뤘다. 2편은 그것이 타인을 향할 때다.웰니스를 꾸준히 실천하다 보면 어느 순간 이런 생각이 스친다. 나는 감정 조절을 배워서 감정을 잘 조절할 수 있어, 그런데 저 사람은 왜 저렇게 쉽게 화를 낼까. 나는 술을 끊으려고 노력하는데, 저 사람은 매주 술을 마신다. 나는 명상으로 마음을 챙기는데, 저 사람은 감정에 휩쓸린다. 처음엔 작은 생각이다. 근데 이것이 쌓이면 "왜 나만 참아야 하지"로 향한다.

1. 영적 우월주의

1984년, 불교 수행자이자 심리치료사인 존 웰우드(John Welwood)는 자신이 속한 명상 커뮤니티에서 흥미로운 패턴을 발견했다. 수행을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감정적으로 더 경직되어 있고, 타인을 판단하는 경향이 생기는 것이었다.

그는 이것을 영적 우회(Spiritual Bypassing) 라고 이름 붙였다. 영적 수련이나 아이디어를 이용해 해결되지 않은 감정적 문제나 심리적 상처를 회피하는 경향이다. 쉽게 말하면 영성이나 웰니스를 방패로 삼아 불편한 감정이나 현실을 외면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외면이 종종 타인을 향한 판단으로 나타난다.

2. 어떻게 판단이 시작되는가

처음엔 순수한 변화에서 시작된다. 명상을 하면서 감정이 안정되고, 식단을 바꾸면서 몸이 좋아지고, 운동을 시작하면서 자신감이 생긴다. 이건 좋은 것이다. 문제는 그 변화가 비교의 기준이 될 때다.

내가 달라졌기 때문에 달라지지 않은 사람이 눈에 들어온다. 예전의 나처럼 감정적으로 반응하는 사람을 보면 "아직 저 단계에 있구나"라고 생각한다. 술을 마시는 사람을 보면 "자기 관리를 못 하는 사람"으로 읽는다. 화를 내는 사람을 보면 "명상이 부족해서"라고 진단한다.

선의에서 시작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 안에는 나는 더 나은 단계에 있다는 우월감이 자리 잡고 있다.

수행이 깊어질수록

타인을 이해하게 되어야 하는데,

오히려 판단하게 된다면

그건 뭔가 잘못된 것이다.

3. "왜 나만 참아야 하지"가 오는 이유

이 판단이 쌓이면 이상한 감정이 생긴다. 나는 감정을 참고, 표현을 절제하고, 용서를 먼저 배웠다. 근데 저 사람은 그냥 화내고, 감정을 쏟아내고, 참지 않는다. 그런데 인간관계에서 더 편안해 보이는 건 저 사람이다. 억울함이 올라온다. "내가 이렇게 노력하는데, 왜 나만 참아야 해."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걸 짚어야 한다. 이 억울함이 말해주는 것이 있다. 웰니스 수련이 진짜 내면의 평화로 이어진 게 아니라, 감정을 억누르는 또 다른 방법이 됐다는 것이다. 분노나 슬픔 같은 불편한 감정을 명상이나 웰니스라는 이름으로 덮어버린 것이다. 존 웰우드가 말한 것처럼 아직 해결하지 못한 것들을 영적 수련이나 웰니스 같은것으로 방패만 삼은 것이다.

4. 영적 우월주의의 신호들

이런 생각이 자주 든다면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 화를 내는 사람을 보면 "명상이 부족해서"라고 생각한다

  • 술 마시거나 야식 먹는 사람을 보면 "자기 관리를 못 하는 사람"으로 읽힌다

  • 나는 참는데 저 사람은 왜 참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자주 든다

  • 웰니스를 하지 않는 사람들이 뭔가 덜 의식 있어 보인다

  • 내가 먼저 용서하고, 먼저 이해하고, 먼저 참는 역할을 항상 맡는다

  • 수행을 많이 한 내가 감정적으로 반응하면 스스로가 실망스럽다

  • 상대가 화를 낼 때 "나는 저러지 말아야지"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5. 판단은 내 안의 무언가를 말해준다

심리학에서는 타인에 대한 강한 판단이 종종 자신 안에서 억압된 것의 투영이라고 본다.

술 마시는 사람이 신경 쓰인다면 내 안에서 쉬고 싶고 긴장을 풀고 싶은 욕구가 억압돼 있을 수 있다. 화내는 사람이 거슬린다면 내가 표현하지 못하고 쌓아두고 있는 감정이 있을 수 있다. 참지 않는 사람이 부럽다면 나도 사실 참지 않고 싶었던 것이다. 판단은 상대를 가리키는 것 같지만, 사실 내 안을 가리키고 있다.

6. 진짜 수행이 깊어진다면

존 웰우드는 이렇게 말했다. "성숙한 영성은 자기 발견의 여정을 걸으면서, 심리적인 것과 영적인 것이 함께 성장하도록 한다. 연민, 용서, 친절이 지적인 개념이 아니라 몸으로 살아있는 것이 되어야 한다."

진짜 수행이 깊어진다면 타인을 판단하는 일이 줄어든다. 화내는 사람을 보면 "저 사람이 지금 많이 힘들구나"가 먼저 온다. 술 마시는 사람을 보면 "저 사람만의 방식으로 쉬고 있구나"로 읽힌다. 다른 선택을 하는 사람이 덜 의식 있는 사람으로 보이지 않는다. 우월감이 아니라 이해가 자라는 것이다.

수행은 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타인을 더 잘 이해하게 만드는 것이다.

🪶웰디가 전하고 싶은 말

"나는 명상하는데 왜 저 사람은 저럴까"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 있다면, 그 생각을 판단하지 말아보세요. 그 생각 자체가 지금 내 안에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무언가가 있다는 신호일 수 있거든요.

웰니스는 나를 다른 사람들보다 더 나은 위치에 올려놓는 것이 아니라 나와 타인 모두를 조금 더 너그럽게 볼 수 있게 되는 것이에요. 그 너그러움이 먼저 나를 향할 때 타인을 향한 판단도 자연스럽게 줄어들거에요.

다음 3편에서는 그럼 진짜 웰니스란 무엇인가를 다뤄볼게요. 간식 먹어도 괜찮고, 화나도 괜찮고, 술 마시는 친구도 존중할 수 있는 것. 완벽한 수행이 아니라 나와의 관계로서의 웰니스.


썸네일 출처 | Creationbe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