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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흰머리에 대해 알고 있는 것들,

얼마나 맞을까.

출처 | pinterest

어느 날 거울 앞에서 발견한 흰머리 한 가닥. 순간 손이 간다. 근데 뽑으면 두 개 난다던데. 스트레스 받아서 생긴 거 아닐까. 한번 나면 영영 그대로인가. 흰머리에 대한 이야기는 많은데, 정확한 건 의외로 모르는 경우가 많다. 오늘 하나씩 정리해보자.

1. 흰머리 왜 생기는 걸까

머리카락의 색은 모낭 속 멜라닌 세포가 만드는 멜라닌 색소가 결정한다. 색소가 많을수록 머리색이 진하고, 이 세포가 기능을 잃으면 색소가 사라지면서 머리카락이 흰색으로 변한다.

흰머리가 생기는 원인은 크게 네 가지다.

  1. 멜라닌 색소 감소 — 나이가 들수록 멜라닌 색소를 합성하는 능력 자체가 떨어진다. 30세 이후부터 10년마다 흰머리 발생 위험이 최대 20%씩 증가한다.

  2. 줄기세포 소진 — 모낭 속 멜라닌 세포를 만드는 줄기세포가 나이가 들면서 고갈된다. 공장이 문을 닫는 것처럼, 더 이상 색소 세포를 만들어내지 못하게 된다.

  3. 산화 스트레스 — 활성산소가 세포를 손상시켜 색소 기능을 저하시킨다. 흡연, 자외선 노출, 과도한 음주가 이를 가속화한다.

  4. DNA 손상 — 세포가 큰 손상을 입으면 스스로 제거되면서 흰머리가 발생하기도 한다.

흥미로운 연구도 있다. 도쿄대 연구팀이 네이처 세포생물학에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흰머리가 피부암 세포와 싸워 이긴 흔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멜라닌 세포가 피부암 방어 과정에서 소진되면서 흰머리가 생길 수 있다는 이야기다.

2. 새치와 흰머리는 다른 걸까

의학적으로는 동의어다. 다만 속칭으로 구분한다. 서양인은 20대 이전, 아시아인은 30대 이전에 나는 것을 새치라 부르고, 그 이후 노화로 생기는 것을 흰머리(백모)라 한다.

새치는 굵기의 변화 없이 탈색만 되는 반면, 노화성 흰머리는 머리카락이 가늘어지고 약해지는 특성이 있다. 겉으로 봐서는 같아 보여도 속 원인은 조금 다른 셈이다.

3. 흰머리는 어느 순서로 날까

순서가 있다. 머리카락에서 시작해 콧수염, 구레나룻, 눈썹, 속눈썹, 음모 순으로 퍼진다. 머리카락 중에서는 옆머리, 정수리, 앞머리, 뒷머리 순이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겨드랑이나 가슴 등 체모는 색이 변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멜라닌 세포의 노화 속도가 신체 부위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흰머리가 생기는 순서에는 법칙이 있다.

옆머리에서 시작해 천천히 퍼진다.

4. 유전인가, 스트레스인가

둘 다다. 다만 비율이 흥미롭다. 흰머리 발생에 유전적 요인은 약 30%, 나이·스트레스·수면 부족·영양 결핍·흡연 등 후천적 환경 요인이 약 70%를 차지한다.

유전의 힘도 강하다. 부모 중 한 명이라도 새치가 있다면 자녀가 새치를 가질 확률이 약 80%에 달한다. 흰머리 유전자는 우성이라 한쪽 부모에게만 있어도 강하게 전달된다.

스트레스의 역할도 확인됐다. 컬럼비아대 연구팀이 평균 35세 지원자 14명의 모발 색소를 분석한 결과, 스트레스를 받은 시기에 머리카락이 회색으로 변했다가 스트레스가 해소되자 색이 다시 어두워진 것을 확인했다.

스트레스 호르몬인 아드레날린이 두피 혈관을 수축시켜 영양 공급을 막고, 이로 인해 멜라닌이 적게 만들어지는 것이 원리다.

5. 뽑으면 두 개 난다는 건 사실일까

삐익! 틀린 말이다.

모낭 하나에서는 한 가닥의 머리카락만 자란다. 하나를 뽑는다고 같은 자리에 두 개가 나는 건 불가능하다. 뽑은 흰머리가 더 많아진 것처럼 느껴지는 건,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흰머리 자체가 늘어나기 때문에 생기는 착각이다.

그런데 뽑지 말아야 하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흰머리를 반복해서 뽑으면 모낭이 손상되면서 그 자리에 아예 머리카락이 나지 않을 수 있다. 미세 상처를 통해 세균이 침투해 모낭염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한 모낭에서 평생 머리카락이 자랄 수 있는 횟수는 약 20회로 알려져 있어, 반복해서 뽑는 행위는 그 횟수를 소진시키는 셈이다.

뽑는 대신 두피 가까이에서 짧게 잘라내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이다.

흰머리를 뽑으면 두 개 나는 건 틀린 말이다.

하지만 뽑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분명히 있다.

6. 한 번 생긴 흰머리, 다시 검어질 수 있을까

경우에 따라 다르다.

스트레스, 영양 결핍, 일시적 질환이 원인이었다면 그 원인이 해소됐을 때 다시 검은 머리로 돌아올 수 있다. 컬럼비아대 연구에서 스트레스가 해소되자 색이 돌아온 사례가 실제로 확인됐다.

하지만 노화로 인해 멜라닌 세포 자체가 소진된 경우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이때는 되돌리기 어렵다. 순천향대 서울병원의 설명에 따르면, 대부분의 노화성 흰머리는 검게 다시 변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비오틴, 판토텐산 등 모발에 좋다고 알려진 성분들도 흰머리 회복 효과는 아직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다. 검은콩이 흰머리에 좋다는 이야기는 아연, 철분, 엽산 등 모발 건강에 도움이 되는 성분 덕분이지만, 이미 생긴 흰머리를 검게 만든다는 근거는 없다.

7. 염색을 할까, 그냥 둘까

정답은 없다. 다만 선택하기 전에 알아두면 좋을 것들이 있다.

  • 염색의 현실

염색은 현재로선 흰머리를 가리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하지만 흰머리 염색은 일반 염색보다 더 강한 화학 성분을 사용하기 때문에 두피에 가해지는 부담이 크다. 핵심 성분은 PPD(파라페닐렌디아민)로, 100년 이상 검은색 발색에 쓰여온 산화염료다. 문제는 이 성분의 항원성이 강하다는 것이다. 염색 후 두피가 가렵거나 붉게 부어오르는 반응이 생긴다면 대부분 PPD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반복적인 염색은 두피 유분 균형을 깨뜨리고 민감도를 높이며, 심한 경우 탈모로 이어질 수도 있다.

  • 그렇다고 무조건 안 되는 것도 아니다

두피가 민감하지 않고 이상 반응이 없다면 주기적인 염색 자체가 큰 문제가 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다만 PPD 성분이 없는 제품을 선택하거나, 염색 후 잔여물을 꼼꼼히 씻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두피에 상처가 있거나 피부 트러블이 있는 날에는 피하는 것이 좋다.

  • 그냥 두는 것도 선택이다

흰머리를 있는 그대로 두는 것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두피 건강 면에서는 가장 안전한 선택이다. 염색의 화학적 자극 없이 모낭이 자연스러운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최근엔 실버 헤어 자체를 개성으로 받아들이는 흐름도 있어, '가려야 한다'는 전제 자체를 내려놓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결국 염색을 하느냐 마느냐보다, 내가 어떤 이유로 그 선택을 하고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 두피 상태, 생활 패턴, 심리적 편안함을 함께 고려해서 나에게 맞는 선택을 하면 된다.

8. 흰머리를 늦추는 데 도움이 되는 것들

완전히 막는 방법은 없다. 하지만 가속화를 늦출 수 있는 것들은 있다.

  1. 금연 — 흡연은 혈관을 수축시켜 두피 영양 공급을 막고, 흰머리 발생과의 연관성이 동물 실험과 인간 대상 연구 모두에서 확인됐다. 간접흡연도 영향을 준다.

  2. 스트레스 관리 — 산화 스트레스가 멜라닌 세포를 손상시킨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확인됐다.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이 흰머리 예방에도 실질적 효과가 있다.

  3. 영양 보충 — 구리가 풍부한 호두 등 견과류, 오메가3가 풍부한 생선, 아연이 풍부한 씨앗류와 녹색 채소가 모낭 멜라닌 색소 유지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비타민 A, B, D와 칼슘 함유 식품, 해조류도 권장된다.

  4. 자외선 차단 — 자외선은 활성산소를 증가시켜 멜라닌 세포를 손상시킨다.

흰머리를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가속화를 늦추는 선택은 할 수 있다.

9. 웰디가 전하고 싶은 말

흰머리는 몸이 시간을 기록하는 방식이다. 노화의 자연스러운 흐름이기도 하고, 내 몸이 보내는 신호이기도 하다. 스트레스를 줄이고 잘 먹고 잘 자는 것 — 흰머리 예방에 좋다는 것들이 결국 전반적인 웰니스와 같은 이야기인 게 우연은 아닐 것이다. 오늘 발견한 흰머리 한 가닥이 반갑지 않더라도, 뽑기보다는 내 몸 상태를 살피는 신호로 읽어보자. 🌿